방류된 오염…그녀들이 사라진다
제주 해녀가 사라지고 있다. 통계 자료를 보면 1970년 제주도에서 활동한 해녀의 수는 1만 4143명, 2023년 2839명. 그나마도 90%가 60세 이상이다. 30대는 27명, 20대는 고작 6명에 불과하다. 제주 해녀 문화가 2016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자 2017년 정부가 나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이후 제주 해녀들을 지원하겠다는 콘텐츠들이 장황하게 발표됐다. 문화적 가치와 보전 필요성을 인정받았지만 적절한 처우 개선이나 제도적인 관리는 요원하기만 하다. 조만간 해녀들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말은 해녀들 스스로 하는 말이다. 지난 11일부터 애플TV +를 통해 스트리밍 되고 있는, 한인 2세 감독 수 김(사진)의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은 너무 힘들어 남자들이 포기했던 일을 해낸 강인하고 용감한 제주 해녀들의 이야기다. 여덟 살 소녀 시절 엄마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하며 처음 보았던 해녀! 그때의 감동과 이미지는 영화 감독이 된 이후에도 수 김의 마음속을 떠나지 않았다. 해녀들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 수 김 감독은 어쩌면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를 해녀들의 모습을 기록에 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제작자를 찾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정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프로젝트에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면서 A24와 애플 플러스도 제작에 합류, 해녀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해녀 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던 초기의 제작 의도는 많은 부분 수정됐다. 해녀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해녀들이 처한 환경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바다가 없으면 해녀도 없다. 예부터 해녀들 사이에서 이어져 온 이 지극히 간단한 진리를 위협하는 건, 심각해져 가는 바다의 오염문제다. 마침 촬영 기간 중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기 시작했고, 해녀들이 연대해 반대하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촬영할 수 있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다큐멘터리의 본질인 날카로운 고발보다, 아름다운 제주도 해안의 정경을 배경으로 해녀 문화의 서정성과 그들이 공유하는 인간적 깊이를 아름답게 묘사하는데 더욱 집중한 느낌이다. 제주 해녀문화에는 슬픔과 한이 아닌, 웃음과 해학의 민족의 정서가 깊게 드리워져 있고 진한 동료애와 인간미가 묻어있다. 수 김 감독은 해녀 공동체가 가장 활기찼던 1960·70년대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소망한다. 인체가 잠수할 수 있는 깊이에는 한계가 있다. 물이 오염될수록 해양 생물은 더 깊고 차가운 물로 이동한다. 수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해녀들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수세기를 이어온 우리네 여인들의 삶의 방식을 위협하고 있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오염 해녀 제주 해녀문화 제주 해녀가 제주 해녀들